POOL, 2021
 
저에겐 제 소유의 땅이 있습니다.
 
이 땅은 제 할아버지께서 저에게 유산으로 남겨주신 것으로 현재 파주에 위치해 있습니다.
면적은 약 2평방킬로미터로 여의도 면적의 약 4분의1 정도 됩니다. 아주 넓진 않지만 굴곡이 없는 평지이고 밀도가 단단한 땅입니다.

제가 이 땅에서 무엇을 하든 누구에게도 간섭 받지 않습니다. 
건물을 짓던, 건물을 부수건, 땅을 파건, 산을 만들던 그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는 제 소유의 땅입니다.
 
저는 이 땅에 큰 조각을 하고 싶었습니다. 그래서 건물을 짓기로 했습니다.
소격동에 있는 전 국군 기무사령부 건물과 비슷한 것을 갖고 싶었습니다. 
총 3층 건물로 단순하지만 디테일한 변화가 있는 디자인으로 언밸런스한 외관이 특징입니다.
 
나의 땅에 생긴 건물 안을 돌아다녀 보았습니다.
 
가장 마음에 든 곳은 계단실이었습니다. 
사람의 동선을 그대로 본 따 만든 공간이 주는 아름다움이 나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였고, 
이 계단실을 통해 연결되는 층마다 느껴지는 모더니즘적 특징들이 눈을 즐겁게 했습니다.

이 건물을 다 짓고 나니 그 용도를 알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. 
건물엔 누가 들어갈지, 임대를 놓을지, 전시가 이루어질지, 레지던시로 쓸지. 
생각이 복잡해지니 괴로워졌습니다. 
이 건물은 존재자체로는 아무 성격이 없었습니다. 
나랏일 하는 사람들이 쓰던, 예술가가 쓰던.
 
이 건물의 방향성은 제가 만들어줘야 했습니다.

전 귀찮은 건 딱 질색입니다. 그래서 이 건물을 없애기로 했습니다.
건물이 있던 자리는 반듯하게 남아 깊이가 생겼습니다. 
그래서 전 땅을 정비하였고, 존재 자체로 즐거운 거대한 풀장을 만들기로 했습니다.
 
2021 <POOL>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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